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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동이, 연극 ‘사과는 잘해요’ 공연

강요된 죄와 죄의식, 그 뒤에 감춰진 부조리하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마주치다

[뉴스클리어 = 김경원 기자] 극단 ‘동이’(이하 극단동인)가 제작, 공연한 연극 ‘사과는 잘해요’가 10월 18일과 19일 인천 배다리 지역에 위치한 인천문화양조장에서 펼쳐졌다.

인천문화양조장이라는 간판을 내건 공간은 1926년부터 약 70여년간 인천의 대표적인 막걸리인 소성주를 생산했던 양조장 건물로 지금은 전시와 문화예술교육 등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물 내부는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트러스트 구조의 천장과 2층으로 연결되는 내부계단, 벽면에 남아있는 당시의 구호 등 과거 양조장이었던 때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다.

극단동이는 이러한 공간을 연극의 무대로 구성한 기획부터가 흥미롭다며 일상의 공간이 극장이 되는, 상상력이 넘치는 특별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극 ‘사과는 잘해요’는 우리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억될 형제복지원 사건을 소재로 한다.

하지만 연극은 있는 그대로의 비참한 사실로 나열하기보다 한 번 뒤틀고, 다시 한번 비틀어 우리와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희화적으로 묘사한다.

정치와 권력, 비리와 착취의 버거운 역사적 무게를 벗겨내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세상에 던져진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춘다. 더불어 정상과 비정상, 그 사이의 공허함을 비웃으며 제도와 도덕성이라는 정형화에 길들여진 의식의 구조를 파고든다. 비이성적이고 어딘가 모자란 듯 보이는 등장인물들을 중심에 내세워 죄와 폭력에 순치되는 인간의 내면을 풍자적인 어조로 그려낸다.

연극 ‘사과는 잘해요’는 잘못을 고백하기 위해서 죄를 지어야만 하는 역설적이며 모순적인 상황을 통해 강요된 죄의식과 부조리한 사회의 억압적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한 개인의 영혼과 삶을 굴절시켜 가는지를 이야기한다.

이야기 속에서 죄의 고백은 폭력과 은폐를 정당화하기위한 명분으로 작용한다. 이는 죄에 대한 징벌을 모면하기 위해 죄를 만들어내야 하는, 즉 죄를 고백하든 고백하지 않든 폭력을 면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순차적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지 않고 등장인물의 심리적 변화와 잊혀진 또는 잊고 싶었던 억압적 기억의 환기를 중심으로, 현재의 이야기와 플래시백 형태의 이야기가 혼재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주인공 시봉과 진만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두 배우의 피지컬을 기반으로 한 신들린 듯한 연기와 1인 다역을 소화하면서도 각각의 인물들이 지닌 디테일한 캐릭터 설정들이 잘 어우러져 110분에 걸친 공연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극단동이는 공연장의 독특한 냄새와 의상, 분장까지도 잘 어우러진 한 편의 연극 ‘사과는 잘해요’가 영화나 TV드라마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생동감 가득한 연극공연으로 관객과 마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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